뻘글

슈마허가 F1에 복귀 한다니까 나오는 말인데...

Induky 2010. 1. 1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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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ubaru-MSN)

FIA에서 주최하는 레이싱 대회 중에 유명한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가 F1, 또 하나는 WRC인데요..
이 두 대회는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F1 이 정해진 서킷 위에서 머신의 극한과 인간을 초월한 드라이버의 능력(F1머신을 다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훈련이 필요할 정도죠;;;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을 시험하는 장소라면 WRC는 정해진 머신을 통해(F1도 머신의 성능이 정해져있습니다만, WRC의 한계와는 급이 다르죠;) 드라이버가 험난한 자연을 극복한다는 컨셉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많은 분들은 300km/h를 넘나드는 머신의 시원시원한 드라이빙과 포뮬러 카 특유의 디자인에 끌리는지는 몰라도 F1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듯 합니다. 그리고 레이싱에 관심 있는 분들 역시 서킷 레이싱을 더 관심있어 하니 그런건지..
WRC는 양산형 차량을 기반으로 제작을 하기 때문에 머신의 독특함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흥미가 덜 갈수밖에 없는건 사실입죠.(슈퍼카에 비해서는 턱없이 모자라는 엔진 파워도 그렇지만...) 게다가 정해진 서킷이 아닌 매우 위험한 산악코스, 그리고 구불구불한 흙길 위주의 코스가 주를 이루는 랠리에 대해서는 매력을 못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안그래도 우리나라는 모터스포츠 기반이 제로에 가까운데 말이죠.

아무튼 제가 서두를 이렇게 길게 적는 것은 F1과 WRC이 처한 입장이 서로 상반되는 것 처럼 보여서입니다.
F1 은 모터스포츠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의미가 남다른데다, 세계에 내노라 하는 메이커에서 자사의 기술력을 펼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해서 다른 모터스포츠에 비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아마 F1레이싱 팀 1년 운용 비가 우리나라 프로야구단 몇개 정도는 운용할 정도라죠?) 뛰어들고자 하는 반면에....(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빠져나간 팀은 혼다뿐)
게다가 F1는 모터스포츠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조차 유치를 하려고 노력을 할 정도인데 비해서
WRC는 이제 마누팩처 팀이 2개밖에 없다 할 정도로 침체의 길을 걷고있다는 점입니다.
예전같으면 푸조, 시트로앵, 스바루, 포드, 미쯔비시, 스즈키, 한때는 도요타도 있었다가 F1에 집중하기 위해 빠져나갔고... 현대도 잠깐 WRC에 투자 했습니다.
WRC는 1년 운용 비용이 F1에 비하면 코딱지만한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침체일로를 걷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흥행을 이끌만한 슈퍼스타의 부재인 것 같습니다.
F1 이야 슈마허가 한참 독주하던 시절에도 슈마허에 대항하는 난쟁이들(?)의 구도로 가더라도 흥행은 항상 성공하는데....라기 보다는 난쟁이라는 구도 자체가 없었죠. 항상 흥미진진했지요. 아무튼 슈마허가 독주를 했더라도 흥행은 항상 보증이 되는데 그 것은 슈마허가 가진 스타성이 컸기 때문이었겠죠. F1에 관심이 없더라도 슈마허가 언론에 노출이 되다보니 슈마허 한명의 이름은 알 정도로 말입니다. 그리고 잔챙이들이야 치고받고 싸우던 말건간에 슈마허 한명의 플레이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테니까요.
슈마허 은퇴 이후에도 뛰어난 드라이버가 많아서 그들간의 경쟁구도가 재미있죠. 개인적으로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뒤를 이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요즘 죽쑤고 있는걸 보면 제가 잘못 생각했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ㅎㅎ
그리고, F1은 정해진 서킷 위에 모든 출전 선수들이 동시에 달리면서 순위 경쟁을 하는 방식이 또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에 비해 WRC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2000년대 초반 이후로는 고만고만한 선수들끼리 노는 수준이랄까요..
03년까지만 해도 그러한 요소가 있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콜린 맥레이의 은퇴 이후로는 약간의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지금은 세바스찬 로브의 독주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양반이 몇년 연속 해먹었더라(....)
아무튼 기존의 강자들은 이제 쇠퇴하고, 순위경쟁은 매년 똑같은데다, 새로운 피의 수혈은 그닥 진전이 없다보니 재미도 없어지고 거기다 경기침체까지 와서 그런지 기존 마누팩처 팀들도 대거 빠져나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 인적으로 제일 안타까운건 Subaru World Rally team이 빠져나갔다는 점인데... 여기서 콜린 맥레이, 리차드 번즈, 피터 솔버그 등의 쟁쟁한 드라이버가 탄생했는데 2009 시즌부터는 이 팀을 볼 수가 없다는 점일까나요...(참고로 토미 마키넨이 말년을 이 팀에서 보냈기도 했습니다.)

랠리의 침체 덕(?)에 기존에 꾸준히 나오던 WRC기반의 랠리 게임들도 안나오고...(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WRC, CMR, RBR같은 상표 또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세운 정통 랠리 게임 뿐만 아니라 Xpand Rally, RSC등의 랠리 게임들이 나왔는데 최근 몇년 간은 콜린 더트를 제외하고는 랠리 게임 자체가 안나오고 있죠. 물론 콜린 더트 시리즈 역시 정통 랠리 게임은 아닙니다만 ㅡ.,ㅡa)

F1같은 경우는 슈마허 같은 슈퍼스타가 아직 살아있기라도 하지..
WRC의 슈퍼스타는 복귀조차 불가능하다는게 더욱 슬프네요..... ㅠㅠ